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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감사가 되는 순간 (새빛맹인재활원 봉사활동)

 부끄럽지만 저에게 봉사활동이란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훌륭하고 좋은 어떤 분들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고, 저 스스로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습니다. 새빛맹인재활원에 도착해서 담당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 맹인분들의 불편은 무엇이고, 작게 나마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제가 섬겨드릴 분은 아버지뻘 되시는 인상이 참 좋으신 분이셨습니다. 어색한 인사를 시작으로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제가 그분의 걸음과 방향을 인도해드리려 노력하는 것보다 그 분께서 서투른 저의 인도에 발맞춰주시려고 애쓰고 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그 분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그 분께서 저를 더 배려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능숙한 봉사자분들의 손길이 훨씬 편하고 익숙하셨을 텐데, 서투른 저의 손길을 기다려주시고 맞춰주셨습니다. 그 분과 저는 그렇게 한참을 ‘나란히’ 걸으며 교제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봉사활동은 몸이 불편한 누군가를 도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좋은 사람을 만나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기뻐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각장애에도 장애의 정도에 따라 각각 달리 구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형체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사람, 빛과 어두움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분들은 각 각 다른 감사의 제목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형체를 구분하실 수 있는 분은 형체를 알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셨고, 빛과 어둠을 구분할 수 있는 분은 낮과 밤을 알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제 삶에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날 귀중한 감사의 제목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만나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교제하는 시간을 다시 가져보고 싶습니다.

 

댓글 (1)

미리나 , 2017-11-14 14:38:35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