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인터뷰
-“5개의 황금 열쇠 중 2개만 맞으면 투자해야”
-“현대차의 10조원 한전 부지 베팅은 ‘신의 한수’”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대에서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까지 받은 공학도 출신이다. 대학 새내기 때 우연히 들어간 주식 투자 동아리에서 투자의 기본인 가치 평가(밸류에이션)를 배웠다.
고향인 대전과는 확연히 다른 서울 집값을 보면서 부동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대우조선해양에서 4년간 근무한 후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 계기도 대학 동아리에서의 인연 덕분이었다.
증권가에서 기계, 조선,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로 활약 중인 그는 요즘 가장 핫한 ‘여의도 부동산 전문가’로 통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기계, 조선,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 /이승재 기자
▶최근 펴낸 두 권의 책이 화제입니다.
“작년에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이라는 책을 냈고 지난 6월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를 출간했습니다.
첫째 책은 한국의 부동산이 결코 비싸지 않은 만큼 투자 여력이 있다면 바로 구입하라는 게 요지였죠. 금리 인상, 소득 감소, 남북통일 등 향후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부동산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설명했죠.
그랬더니 어떤 집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오더라고요. 둘째 책에서는 집을 살 때 특정 요인을 갖춘 집을 고르면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이른바 ‘물고기 잡는 법’을 제시했죠.”
▶어떤 집을 고르는 게 좋습니까.
“최근 책에서 ‘황금 열쇠’ 5개를 제시했어요. 5개 열쇠 중 2개만 충족하면 투자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집이죠. 첫째 황금 열쇠는 ‘고연봉을 주는 대기업 주변 지역에 주목하라’입니다.
은행·철강·화학·건설 업종의 평균 연봉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인데요, 이들 업종의 본사는 대부분이 4대문지구(CBD)에 있습니다. 광화문·을지로·서울역·남대문·동대문·충무로 등이죠. 실제로 CBD와 가까운 강북 재개발 단지 대부분의 집값이 크게 올랐습니다.
여의도에는 평균 연봉이 높은 증권사가 몰려 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때문에 출퇴근하기 편한 목동이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고요. 마포 등 서대문 언저리의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의도와 CBD를 끼고 있기 때문이죠.”
▶집을 고를 때 교통 호재도 빼놓을 수 없죠.
“둘째 황금 열쇠인데요. 최근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덕에 눈여겨봐야 할 지역이 보다 넓어졌습니다. 특히 GTX 때문에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들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GTX 환승역으로 예정된 서울역·청량리역·삼성역 인근이 호재가 되겠죠. 삼성역 인근에 회사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입주하기 좋은 곳은 무역센터건물밖에 없습니다. 향후 옛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가 완공되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수많은 회사들이 입주할 겁니다.
이들 GTX 환승역 인근 지역에 빌딩이 개발됐을 때 다른 지역보다 선호도가 높아질 겁니다. 신분당선·신안산선·경전철 등의 호재도 수도권 전체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셋째 황금 열쇠는 무엇인가요.
“교육 환경이죠. 목동·대치동·중계동·광장동 등이 인기 학군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은 다들 알 겁니다. 다만 학군 좋은 지역을 고를 때 흔히 학원가 여부를 중요시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입니다. 생각보다 학교가 부족한 지역이 많습니다.
마포구와 용산구가 대표적인데요, 인기 지역임에도 초·중·고교가 부족합니다.”
▶주변 환경도 중요한 부분이죠.
“맞습니다. 다들 한강 인근을 선호하죠, 하지만 한강에만 너무 매몰되면 곤란합니다. 한강 인근 단지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소음 등으로 삶의 질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산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데 한국에선 산의 가치가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실수요자라면 산 인근의 집을 눈여겨볼만 합니다. 같은 동네라도 더 싼값에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 열쇠는 무엇입니까.
“도시계획입니다. 올해 지방선거 공약집만 봐도 도시계획이 없는 동네가 없습니다. 서울시도 잠실종합운동장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용산·여의도·창동 개발 얘기도 나왔고요. 현실성 있는 도시계획을 잘 살펴 인근 지역을 노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현대차가 땅값으로 10조원 이상을 들이고 분담금으로만 5조원 이상을 내면서 현실화하고 있는 영동대로 지하화가 대형 호재가 될 전망입니다. 약 7개 노선이 지하에서 환승되는 사례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습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승재 기자
▶현대차의 한전 부지 베팅을 의아해하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현대차가 10조원으로 한전 부지 대신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했어야 했다는 주장인데요, 자동차 회사는 언제든지 살 수 있습니다. 반면 삼성동 한전 부지는 사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매입할 수 있는 땅이 아닙니다.
개발이 다 끝난 서울 강남에 등장한 7만9339㎡(2만4000평)짜리 대규모 부지인데 앞으로 그런 땅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겁니다. 100층짜리 비즈니스센터에서 나오는 임대료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고요. 인근에 들어설 호텔과 쇼핑몰 임대 등에 따른 수익도 있습니다.
GTX 환승역이 될 삼성역 인근의 유동인구 등으로 토지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겁니다.”
▶개인들의 최근 투자 흐름은 어떻습니까.
“30대가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해외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죠. 해외 대도시에서 생활해 본 이들은 한국의 집값이 싼 편이라고 얘기합니다. 근로소득만으로 큰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리를 택하는 것 같습니다.
50대 이상도 여전히 관심이 많습니다. 평균 기대 수명이 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 최저임금 상승 이슈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노후를 위해 마련한 상가주택이 임대가 안 돼 고민하는 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가 대신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로 다시 바뀌고 있죠.”
▶이웃 일본의 집값은 어떻습니까.
“대도시를 중심으로 5년째 오르고 있습니다. 경기가 살면서 소득도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인구 감소와 연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죠. 인구가 증가하는데도 국민 모두가 가난한 나라라면 집값은 빠질 겁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인구보다 소득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죠. 평균 소득이 늘면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만 밝게 보는 것 같습니다.
“우선 엄밀히 얘기해 서울 경계 지역인 고양·인천·부천·광명·안양·과천·성남·하남·구리·남양주·의정부를 추가 집값 상승 여력이 있는 수도권으로 봅니다.
서울에도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3.3㎡당 2000만원 이하 아파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상계동·중계동·하계동에는 쌓여 있습니다. 서대문·동대문·영등포 등 이른바 ‘서동영’에도 있습니다.
특히 그 밖의 수도권 각지는 물론 각 지방에도 흔히 말하는 좋은 동네에 투자 가치가 높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가 있습니다.
실거주자는 새집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투자자들은 새집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몫입니다.
한국 부동산은 제 책에서도 적었듯이 결코 죽지 않을 것입니다. 대기업이 성장하고 한국 경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 평균 소득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죠.”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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