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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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의 신앙

 

물은 근원을 먼저 맑게 하고, 나무는 뿌리를 먼저 복돋워 줘야 하듯이, 우리는 마땅히 남의 나라의 지극히 정교하고 지극히 아름다운 정치제도와 법제, 인애하고 자비한 도덕 교화의 근본을 연구하여 인민의 마음속에 있는 악한 뿌리를 뽑아내고 선량한 천성을 회복하여야만 인간사 천만 가지가 다 바로잡힐 것이다.

만일 그 마음은 다스리지 못하고 재주만 닦는다면 이는 곧 범에게 날개가 돋아나는 것과 같아서 세상을 해롭게 하는 기량만 늘 터이니, 그렇게 되면 세상에도 대단히 위태하고 마침내 본인에게도 해가 돌아갈 것이니, 차라리 그런 재주는 배우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것은 다 사람의 마음을 바로잡는 데서 시작한다고 하셨나니, 마음을 바로잡지 못하고야 무슨 일을 다시 의론하겠는가. 사람의 마음이란 세상의 법률로서 바로잡지 못하고 다만 교화로써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는 세상의 법률은 다만 사람의 육신으로 행하여 드러난 죄악만 다스릴 뿐이고, 그 마음으로 지어 행적으로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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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육신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외에 영원히 죽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 영혼이 있어서 이후 이 세상을 떠난 후에 각각 그가 살아있는 동안 지은 죄악으로 인하여 한없는 벌을 받게 되는 것을 의심 말고 믿어야 할지니, 어찌 꿈결 같은 백 년 동안의 헛된 부귀와 영화를 탐하여 대자대비하신 천부 앞에 죄를 범하고 멸망을 스스로 취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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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하여 하나님은 못 보시는 것도 없고, 모르시는 것도 없은즉, 나의 손으로 짓는 죄만 벌을 주실 뿐 아니라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 또한 감찰하실 것이니, 이 어찌 두렵고 부끄럽지 않겠는가. 그러한즉 악한 것을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감히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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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이 다만 악한 일을 행하지 않는 것만 가지고는 착하다고 이를 수 없으며, 천복을 얻는다고 할 수도 없는데, 이는 세상 사람의 눈에는 아무리 옳은 듯하여도 지극히 어질고 착하신 하나님 앞에는 세상에 죄 없는 자 없나니, 비록 어린아이의 천성이 아무리 착하다고 해도 육신이 생기면서 곧 죄가 붙어서, 철모를 때부터 하는 것을 보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넣으며, 옳은 일이든 그른 일이든 제 뜻대로 하려고 하는데, 만일 올바로 인도하여 주는 자가 없으면 곧 큰 죄악에 빠지는 것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로써 본다면, 육신이 붙어있는 인류는 죄악이 없는 자가 하나도 없다. 저 순한 인민들이 다 죄가 있어서 멸망으로 들어가는 것을 어찌 어지신 하나님께서 슬피 여기시지 않겠는가.

이에 구원할 길을 열어 주셨으니 곧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천도의 오묘한 이치를 드러내고, 평생 남한테 곤욕과 곤란을 받다가, 끝내는 세상 사람들의 죄를 대신하여 목숨을 버리심으로써 세상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믿고 돌아와서 죄를 자복하고 다시는 악에 빠지지 말아서 용서를 얻고 복을 받게 하셨으니, 순전히 사랑함이 아니면 어찌 남을 위하여 몸을 버리기까지 하셨겠는가.

우리가 이러한 이치를 믿지 않는다면 비웃고 흉도 보겠지만, 마침내 믿는 마음이 있다면 어찌 감사한 마음이 없을 것이며, 기왕에 감사한 줄 안다면 어찌 갚고자 하는 생각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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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나님의 감사한 은혜를 깨달아 착한 일을 스스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악을 짓지 못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착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는 가운데 어찌 평강하고 안락한 복을 얻지 못할 것이며, 이 잔인하고 포학한 인간 세상이 곧 천국이 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지금 세계에서 상등 문명국의 우수한 문명인들이 이러한 교의 가르침을 인류사회의 근본으로 삼아서 나라와 백성이 다 같이 높은 도덕적 지위에 이르게 된 이유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쓰러진 데서 일어나려고 하며, 썩은 데서 싹이 나고자 한다면, 이 교로써 근본을 삼지 않고는 세계와 상통하여도 참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고, 우리가 신학문을 힘쓰더라도 그 효력을 얻지 못할 것이며, 외교에 힘쓰더라도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깊은 정의를 맺지 못할 것이며, 우리의 국권을 중하게 여기더라도 남들과 참으로 동등한 지위에 이르지 못할 것이고, 의리를 숭상하더라도 한결같을 수 없을 것이며, 자유 권리를 중히 하려고 해도 모두에게 균등한 자유 권리의 방한을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마땅히 이 교로써 만사의 근원을 삼아 각각 나의 몸을 잊어버리고 남을 위하여 일하는 자가 되어야 나라를 한마음으로 받들어 영, 미 등 각국과 동등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천국에 가서 다 같이 만납세다.


1904년 6월 29일 한성감옥에서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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